2009년 06월 27일
비정규직 법안의 문제.
1. 애시당초 기업에 대한 비정규직 허용이라는 기막힌 방향으로 경제정책이 바뀌어갈 당시, 여기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있었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나서 2년이 지나면 정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라는 조건 말이다.
2. 그리하여 2년이 지나고 지금 이야기되는 건, '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면 그냥 자르겠다네.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법안은 좀 나중에 실시하지? 경제도 어렵고, 커흠.'인 모양이다.
3. 우리의 조선일보에서는 '겨우 안정적인 직장을 찾아 만족하며 근무하고 있는 이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법 때문에 해고당할 위기에 몰려있다'라는 애달픈 기사를 열심히 올리고 있다. 진짜 비바 조선일보다. 가끔 저런 기사 쓰는 기자는 자기존중감을 유지하기 위한 자기최면을 어떻게 거는 건지 궁금해진다.
4. 비정규직이 제일 문제인 게, 경력으로 제대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정직원이 하는 종류의 고급 기술 사무에는 영영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이다(정직원도 급이 낮으면 단순사무나 단순노무를 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결국 오래 두고 쓸 거라 회사 입장에서도 키우게 되고, 그래서 떠나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된다). 비정규직이야 쓸 만큼 쓰다가 단물 빠지면 자르려고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뼈빠지게 일하고 속절없이 나이 먹어 쓸모없어지면 버려지는, 그런 관계가 대부분이다.
5. 기업 입장에서야 (단기적으로는) 좋을 지도 모르는데, 국가적 입장으로 보면 노동시장의 문제만 봐도 우수한 노동인력을 육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인적 자원의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계층 의식이나 차별이 사회적 갈등으로 연결된다거나 하는 건 말할 필요도 없고. 목구멍이 포도청이어서 차별 받으며 사는 건 대한민국의 대다수 노동자들이 겪는 비애겠지만, 비정규직의 경우 그 눈물의 나날 끝에 주어지는 건 먹고자는 것조차 버거운 얇은 월급봉투와 나이와 함께 더 불확실해지는 미래 뿐이다. 애초에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6. 비정규직을 만들어서 굴릴 거면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채용하도록 만들기 위한 시스템도 진작에 확충했어야 하는데, 경제가 어렵다 경제가 어렵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눈 돌리고 입 씻으려는 태도가 정말 보기 안 좋다. 뉴스에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면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할 테니까 대량 실직 상태가 나타나서 사회적 위기가'라는 이야기들 일색이다.
7. 대운하용으로 쓰려고 4대강이니 뭐니 하며 꿍쳐둔 예산 빼서 저쪽에 투자하지? 아무리 봐도 쓸모없을 거라는 걸 다들 아는 민폐덩어리 운하가 가져다줄 온갖 재앙과 뼈빠지게 일하고 보상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인권과 그로 인해서 회복될 사회에 대한 신뢰 중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 무슨 돌빼기 게임도 아니고, 비정규직 법안 유지하는 걸로 노총에서 대규모 투쟁을 시작하면 과연 이 나라가 얼마나 더 버틸지는 미지수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사람들이 자각해서 예산을 투자하라는 여론이 형성되면 좋을 텐데, 언론들 하는 짓거리가 참.
8. 결국 이런 이야기다. '비정규직으로 일할 수 밖에 없는 너희들은 그냥 그러고 살다가 나이들면 노숙자가 되든 뭐가 되든 알아서 해라.' 그러면서 젊은 세대 결혼 안 한다-아이 안 낳는다-이 나라의 미래가 걱정된다 그러면 어찌 반응해야 좋을까. 갱제가 어려우니까 일단 약한 사람들 짜내서 그 기름으로 살아봅세다. 상위계층 수입 올리고 하위계층 수입 내리면 일어나는 양극화 현상은 저출산율의 주요 원인이거든요?
9. 10억받기 vs 고자되기가 연상된다. 국가가 고자되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진정한 용자인가. 여유있을 때 적당히 자기들 욕심 챙기는 건 그렇다 하는데,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자기 욕심 챙기다가 자멸하려고 그러는지, 국회에 견제가 필요하다는 게 실감난다.
# by | 2009/06/27 08:36 | 넌픽션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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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는 '그, 그건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야. 우린 모른다.'며 발뺌이고, 국회에서 주요 권력을 잡고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우리는 우리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이게 다 국민의 선택이라는.'이라며 GR 중입니다.
솔직히 법안 자체도 당시엔 어쩔수 없지 않나 싶었지만 이번에 연장한다는건 즐입니다.
진짜 100보정도 물러나줘도 민주당 6개월안이 한계선인듯...
'당장 법적으로는 잘릴판이니 6개월 유예기간 주고 어찌 해봐라' 인데 미디어법 봐놨더니 기대는 안됩니다(...)
아예 영국처럼 비정규가 정규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시스템이 되어버리던지(...노동 불안정성때문에 더 많이 받더군요)
비정규를 자른 다음 그 자리를 다른 비정규로 채울수 없게 한다던지 방법 자체가 없는건 아닌데말이죠.
(물론 사측에선 치를 떨겠지만 지금까지 사측이 말그대로 양아치짓 해온걸 생각하면 어느정도는 공생해야할겁니다)
너무 유연한 고용 때문에 노동 시장이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붕괴되어가고 있는데, 이걸 '좀 더 유연하게 하자'는 주장이 나오면 뭐라고 응대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이 상황까지 오면 뭘 어떻게 선택하든 이미 꽝이니 말입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인데, 3D 업종이라든가 비정규직은 봉급을 더 많이 줘야 하는 게 맞거든요.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니 참 암담합니다.
결국 궁극적으로는 중소기업을 착취해서 이윤을 짜내는 형태로 되어있는 대기업 위주의 시장이 개선되지 않으면 해결이 안될 겁니다. 하청기업 같은 경우는 순이익율이 하도 낮아서, 이 시절에 비정규직 없애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요.
...결국은 대기업이 하청 중소기업을 인질로 잡고 뻗대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외부의 시각으로 보면 '그게 부담된다는 건 엄살이다'일 수도 있는데, 하청기업들은 정말 순이익율 0%를 향해 무한질주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정말이지 사회 전반이 이렇게 꼬일대로 꼬여서 해법을 찾기 힘든 나라도 드물겁니다 -_-a
시스템이 모듈화가 되어있는것도 아니고(일본), 전반적인 사회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좋은것도 아니고(미국), 하다못해 복지가 좋은것도 아니니(EU)
20세기 한국의 앙시앙레짐을 빨리 끊지 않으면 앞으로 지옥문을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할듯하군요 ㅠ.ㅠ
하니 남는건 서로 책임 떠넘기고 버텨서 다음 정부때까지 단기적인 실적만 유지하려는 것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쌓인 문제들도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눈을 돌릴 수밖에요.
장기적인 성장은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이 계속 창출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