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27일
잘못된 선택의 대가.
10월달 경상수지가 사상최대 흑자라며 뉴스에 보도되는 걸 보면서 뉴스를 보다가 분해서 눈물이 날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다.
일본에서는 엔고 현상을 잡는다며 국민의 해외 여행과 상품의 수입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물가가 2배 이상 차이나니, 일본 사람들은 신나게 한국 물건들을 산다. 그러니 일본의 경상수지는 적자고, 한국의 경상수지는 흑자겠지. 일본 사람들은 손쉽게 맛있는 음식과 좋은 물건을 손에 넣고, 한국 사람들은 그걸 바친다. 이런 뉴스 보도가 여론을 움직여서 '아, 우리가 위대한 경제대통령을 뽑았어.' 같은 분위기가 생겨날 거라고 생각하면 미쳐버릴 거 같다.
현실을 봐라, 너는 살기 좋으냐? 가진 돈 죄다 털어 남에게 주고, 남이 그 돈으로 자기 물건 사준다고 기뻐하고 싶으냐?
1년 전 즈음에 제발 그 사람만은 대통령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치에 관한 걸로 기도도 했던 기억이 나고,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은 뿌리부터 털어먹힐 거라는 이야기에 너는 세상을 모른다며 웃으시던 어르신들과, 한국은 전혀 문제없이 잘 갈 거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와, 한국에는 희망이 없어보이니 떠나겠다고 말하던 선배와.
이유가 뭐든 현실을 살아가야 하는 건 우리들 자신이다. 선거 전이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을, 어떻게도 하지 못하고 끝내 일어나게 하고 만 스스로가 부끄럽고, 이 나라에서 살아간다는 걸 완전히 포기하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 출발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분노도 두려움도 아닌 허탈함과 서글픔, 무엇보다도 난감함과 답답함.
대운하 계획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부담은 국민 전체가 오랜 시간 동안 지고, 수혜는 건설 기업들이 받겠지. 권력을 가지고 있으면 주머니 열 개에서 주머니 하나로 돈을 옮기는 일 정도 식은 죽 먹기다.
국민 감정으로 보면 몇십 번 탄핵이 들어가도 부족할 텐데 다움에서 진행되던 탄핵 서명운동을 어떻게 무마시키는지 보고 있으면 기가 찰 노릇이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돈을 빼앗아가는 강도와 뭐가 다르단 말인가. 큰 도둑이라는 말이 뭔지 실감난다.
이게 우리가 치르는 대가다. 그걸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라는 이름으로 묶여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었던 일에도 같이 끌려들어가고 그래서 힘없고 어리석은 '우리'를 원망할 수 밖에 없는, 이런 게 현실이지.
나는 정치는 정당한 선택에 의해서, 선거에 의해서만 변화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 최소한의 규칙조차도 멋대로 꼬고 사람들을 억누르려 하는 모습을 보면, 대체 정당한 게임을 해야하는 이유,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하는 건지 답답할 뿐이다.
# by | 2008/11/27 12:14 | 그 이외 | 트랙백 | 덧글(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이명박에게 한 번 데었으니까, 다음 번에는 유권자들이 좀 더 현명해지기를 기대해봐야죠;
...딱 다음 대선-총선 시즌이라지요. 벌써부터 하늘높이 목소리 낭낭하게 울려 퍼지는 "그분이 해내셨어" 찬가가 들리는듯합니다.;
Wishsong/ 5년 후의 한국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생각하면 암담한 기분이 들어요.
loony/ 신자유주의의 위대함이랄까. 내실이 없어도 일단 띄워서 기분이라도 좋자는 풍선경제. 그거 터지면서 나오는 독가스에 몸 약한 사람부터 죽어나가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