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07일
좋지 않더라도.
그걸로 좋은거니
예를 들어 빌딩에 올라가서 자신의 삶이 얼마나 불행한지에 대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뛰어내리겠다고 소동을 피우는 부류의 사람들은 사실 정말로 죽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도리어 그런 이들이 원하는 것은 관심과 이해, 위로 같은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로 바꾸어 말하자면 '살고 싶어서 죽겠다고 악을 쓰는' 셈이다. 당연히 이들의 행동은 모순되어있으며, 정당한 선에서만 말해보자면 그들이 빌딩에서 뛰어내리든 말든 타인이 알 바 아니다. '누구도 그들을 대신해서 살아줄 수도 없고 살아주어서도 안 된다'라는 자립을 중요시하는 근엄한 관점에서 본다면 도리어 거기 상관하는 게 그들을 더 망치는 거라고 말해볼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그렇게 소리지르는 이들을 그냥 무시하면, 열 명 중 한두 명 정도는 정말로 뛰어내린다. 자기가 바라는 게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걸 모를 수도 있고, 알면서도 외면하는 걸 수도 있고, 기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결국 그런 건 당사자나 알 문제인 것이다. 알 수도 없거니와 알면 뭐하랴. 여튼 사회 구성원의 도리는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게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너무들 당연하게 잊어버리는 바람에 '세상은 원래 지옥이다!'라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 것 같지만.
사람이라는 게 자기중심적인 생물이다보니 누구라도 언제라도 자기 경험을 중심으로 해서 판단한다. 성격장애자(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에 의해 심각한 정서적 수탈을 경험한 사람은 '그런 이기적이고 약하고 미친 것들이 남에게 얼마나 피해를 주는지 정말로 겪어보지도 않았으면서 맘 편하게 이해하라느니 포용하라느니 하는 건 어리석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다 자살한 사람이 주변에 있었던 사람은 '애초에 그 사람들이 자기를 통제할 수 있으면 그건 이미 성격장애자가 아니지 않느냐. 그런 사람을 미워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
나는 두 경우를 모두 경험했는데(전자의 건으로 (내가) 재기불능 직전까지 갔었고, 후자의 건으로 사람이 죽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해야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게 피해를 입히면 보복하고 쳐내며,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둔다. 인격장애자에게 조종당하는 사람이 내가 지켜야 할 대상이라면 끼어들어서 상황을 바꾸려할 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것도 자업자득이라 내가 알 바는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게 어떤 건지 정말로 알 수도 없고, 안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어떻게 할 수도 없다. 그저 적당히 잘 어떻게든-인 거다.
어떻게 해야 좋을 지는 잘 알 수 없어도, 뭘 하면 안 되는 지는 알 수 있다. 적어도 무차별적인 혐오나 배척, 편견으로 이어질 수 있는 씨앗을 뿌리는 건 피해야 할 일이다. 사람들은 무책임하고, 잘 몰라도 그냥 자기가 아는 걸 기준으로 판단해버린다. 자신은 그냥 인터넷에서 '나 그런 거 싫다'라고만 말했을 뿐인데, 자신의 의견에 찬동해서 일단 성격장애자니 뭐라느니 하는 것들은 까고 보자-라는 식으로 떠들어대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난 그냥 말을 했을 뿐이야. 내게는 책임이 없어.'라고? 아니면 '다 내 책임이야. 전부 다 내가 나빠.'라고?
그런 선택을 해야할 상황을 애초에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는 공간에 개인적인 분노를 이야기할 때부터 그건 더 이상 개인적이지 않은 분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 by | 2009/10/07 00:19 | 그 이외 | 트랙백 | 덧글(9)





































































